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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소식

미국 대선을 통해 본 ‘다문화 위기론’ 고찰 2017-01-26

 


 

 

KBS 문화부 우수경 기자 1.

 

 

달라지는 미국!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지난해 11월,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며 제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운 구호다. 이 구호는 수 십 년 동안 이어져 온 미국의 세계화와 다문화 주의에 지쳐 있던 앵그리 화이트(Angry White), 특히 블루칼라 백인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며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에 힘을 실어줬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CNN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 졸업장이 없는 백인 남성의 72%가 트럼프를 지지했으며, 세부적으론 대학 졸업 미만 남성과 대학졸업 미만 여성, 그리고 대학 졸업 이상 남성 과반이 트럼프를 선택했다. 특히 지역적으로 볼 때 과거 제조업 기반으로 미국 경제의 중심지였지만 세계화의 부작용으로 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인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등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에서 트럼프는 ‘다같이 더 강하게(Stronger together)’라는 구호를 내세운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월등한 우세를 보였다. 스스로를 더 이상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미국인들의 절망과 분노가 컸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오는 20일 취임과 동시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이전보다 외교•국방에 있어서 이기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민 정책은 더 그럴 것으로 전망된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미국은 그 동안 ‘세계의 경찰’ ‘세계적인 다문화 국가’ 등으로 불려왔다. 특히 밀려드는 이민자들에 세계 최다 인종이 살고 있는 다문화 국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인구 비율만 봐도 순수 백인의 인구 비율은 2005년부터 2015년 사이 10년동안 66%에서 62%로 감소한 반면, 히스패닉은 15%에서 18%로, 흑인은 12%를 유지하는 등 인구학적으로 유색인종의 영향력이 강해졌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미국에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인종과 종교, 국적에 대한 차별 금지와 배려 정책이 일상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가장 일상적인 일로는 ‘메리크리스마스’라는 인사를 꼽을 수 있다.

 

 

‘메리크리스마스’를 다시 찾겠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아이 학교에 자원봉사를 하러 갔다. 아이들이 도네이션센터(Donation center)에 기부할 물품을 정리하고 간단한 카드를 쓰는 걸 도와주는 일이었는데, 담임 선생님이 강조한 부분은 절대 아이들이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카드에 쓰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행복한 연휴보내세요(Happy Holidays, Happy Winter)’ 등의 말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크리스마스가 종교적인 의미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통령조차 성탄절 카드에 ‘메리크리스마스’를 쓰지 않은지 40년이 다 되어 간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사는 만큼 기독교를 믿지 않는 미국인들을 배려한다는 이유에서다. 아시아나 중동, 유대계 명절도 있는데 유독 크리스마스만 강조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일부 학교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나 산타클로스의 형상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기도 한다.

 

그 뿐이 아니다. 다문화 인종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교육청 차원에서 성조기를 달지 못하도록 하는 곳도 있다. 다양한 인종, 국적, 문화를 모두 인정하고 무조건 미국이라는 그릇에 담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보수적인 기독교인들과 보수 논객들, 그리고 일부 백인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배려가 ‘지나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었다. 미국은 본래 기독교 윤리와 가족주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배려’라는 이유로 이조차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 부분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대선 유세 기간 ‘메리크리스마스를 마음껏 외치게 해 주겠다’ 고 공언했고, 지난달 13일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대선 감사 투어’에서 ‘메리크리스마스!’를 외쳤다. 그동안 쌓여왔던 ‘지나친 배려’에 대한 백인들의 거부감을 잘 건드렸다는 분석이다. 백인 중산층뿐만 아니라 다문화정책으로 유색인종의 지위상승을 옆에서 지켜본 백인 고소득층들도 트럼프의 인종주의적 발언에 편승했다.

 

트럼프는 유세 기간 동안 미국 주류 사회가 갖고 있던 ‘차별’에 관한 금기들을 여지없이 깨버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해 40년 동안이나 대통령이 사용하지 않았던 ‘메리크리스마스’라는 발언을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오히려 ‘역차별 해소’를 내세워 환심을 사고 있다. 다른 인종과 소수자들에 대한 거침없는 행보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는 이유다.

 

불안한 다문화 인종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미국 내 다문화 인종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이후 인종 차별을 우려할만한 일들이 이전보다 많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선거일 이후 여러 학교에서 '미국을 다시 하얗게'(Make America White Again')이라는 낙서와 나치문양이 동시에 발견됐다고 전했다. '미국을 다시 하얗게' 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라는 트럼프의 선거 구호를 바꿔 미국을 백인 세상으로 만들자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또 미네소타 주의 한 고등학교 화장실에서는 '아프리카로 돌아가라', '오직 백인만', '트럼프와 함께 백인의 미국'이라는 문구도 나왔다.

 

텍사스 주의 텍사스 주립대학에서는 다른 인종 학생을 위협하는 전단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주의 대학 몇 곳에서는 여대생의 히잡을 벗기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미국 언론들은 우려섞인 목소리를 담아 전했다.

 

선거 다음날 필자가 공부하고 있는 듀크대학교의 International House에서도 이메일이 왔다. 선거 결과에 많이 놀랐겠지만, 언제든 힘든 일이 발생하면 옆에서 도울테니 안심하라는 내용이었다.

 

이같은 변화는 초등학생들도 느낀 듯하다. 아직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도 학교에 다녀온 뒤 친구 부모들이 캐나다로 이민가야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는데 무슨 의미냐고 묻기도 했다. 실제로 선거 다음 날 캐나다 이민청 인터넷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고 미국과 캐나다 언론들이 전했다.

 

그만큼 미국인들이 느끼는 불안이 크다는 의미다.

 

 

세계 최대 다문화 국가, 미국

 

미국은 세계 최대 다문화 국가인만큼, 그 동안 융합정책에 큰 비중을 뒀다. 인종차별을 가장 큰 범죄의 하나로 보고 있으며, 최근에는 모든 문화를 미국 문화로 섞어 버리는 ‘용광로 이론’ 보다는 각자의 종교와 언어, 문화를 인정해주는 ‘샐러드볼 이론’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인종 차별은 물론이고 각자의 문화와 종교, 언어를 강요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는 게 일상이다.

 

특히 공공기관과 학교는 이런 부분에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교육청은 다문화 교육에 대해 학생들의 자기 존중과 자부심, 모든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가치 인정이 목표이고 다양성을 알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동화(assimilation)가 목표가 아니며 인종적, 문화적 다원주의(pluralism)을 목표로 해야한다고 적혀있다. 여기에 부차적으로 각 문화 집단의 휴일이나 축제를 포함해 각 문화 집단에 대한 이해와 느낌을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즉, 하나의 미국 모델(No one model America)은 없으며, 학교는 차이를 없애는 동화 교육기관이 아니라 문화적 다원주의를 교육하는 기관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특정 종교나 인종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을 강요할 수 없으며 단지 영어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언어적인 부분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통역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필자가 연수중인 채플힐 지역 학교에서는 학부모 상담기간 동안 통역 서비스를 지원받을지 여부를 필수적으로 물어본다.

 

이와 함께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아이들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해 왔다. 미국인들은 그 동안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을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믿어 왔기 때문이다. 이는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의 지난 6일 고별 연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다.

 

미셸 오바마는 “당신이 가난하다면 나와 남편인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기억하라. 부단한 노력과 교육을 통해서 심지어 대통령도 할 수 있다는 이것이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이다” 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 또한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불법체류 청소년들이 추방 위기에 놓이면 적극 반대하겠다고 명시한 바 있다.

 

 

지나친 배려로 역차별

 

하지만 트럼프는 이같은 ‘지나친 배려’ 때문에 오히려 백인들이 역차별 당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트럼프의 이민정책들을 보면 잘 나타난다.

 

트럼프 공식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이민정책들을 자세히 보면, 불법으로 체류하는 사람들을 10가지 정책 가운데 9가지가 불법이민자 추방과 입국 억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의 이민 정책들과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있었던 트럼프의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불법 이주민을 추방하고, 보호 무역으로 미국의 이익을 챙기고, 세계 질서나 난민 보호에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불법체류자들을 바로 추방해 그 만큼의 일자리를 미국인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미국인이 잘 살지 못하면 세계 평화나 해외 원조가 무슨 소용이냐는 저학력•저소득 백인의 속마음을 자극한 것이다.

 

 

실현 가능성은?

 

그렇다면 이같은 정책들의 현실성은 얼마나 될까?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13일 당선 후 첫 TV 인터뷰에서 범죄를 저지른 불법이민자 200만∼300만 명을 우선 추방하고 미국과 멕시코 간에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장벽 건설 등은 예산 등의 문제로 당장 어렵겠지만, 추방 집행관을 늘린다거나,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은 언제든지 실행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 미국 언론과 필자가 만나 본 교수들의 분석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미국의 행정명령(utive Orders)이다.

 

행정명령이란 미국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행정집행 명령권한으로 입법과 비슷한 효력을 지닌다. 연방부처는 행정 명령을 근거로 법규와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다만 해당 대통령 임기 내에는 유효하지만 차기 대통령이 이를 취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회를 통과한 법과는 다르다.

 

때문에 미국 대통령들은 본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정책이 의회에 가로 막히거나 법 제정이 늦어질 때 행정명령 절차를 많이 사용해 왔다. 트럼프도 취임 첫 날부터 가장 먼저 하겠다는 것이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를 폐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 1호를 발동하겠다는 것이다.

 

이민 정책과 관련된 것들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밀어 부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위기의 다문화’는 세계적 추세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6월 브렉시트(Brexit)를 선택한 영국인들의 마음에도 역시 같은 심리가 깔려 있다. 이민자 문제로 인해 영국 내 일자리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에서 탈퇴함으로 인해 영국 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로 우리나라도 이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다문화 학생은 매년 20%이상 급증해 지난해에는 10만 명에 가까워졌다.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전체 학생의  2.7%로 나타났다. 처음으로 초등학생의 다문화 학생 비율이 2%를 넘긴 지 1년만에 3%에 육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하기는커녕 다문화 가정에 대한 색안경을 낀 시선은 더욱 싸늘해져만 가는 것이 현실이다. 교통수단의 발달 등으로 국가별 왕래는 더 많아지고 ‘지구촌’이라 불릴 정도로 가까워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음 속 빗장은 더 견고해지는 모습이다.

 

 

미국은 어디로?

 

미국의 현재 상황은 변화무쌍하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맞이하면서 특히 다문화 정책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는 오는 20일 취임하면서부터 ‘오바마케어’를 시작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흔적 지우기를 포함해 기존의 전통적인 정책들을 하나둘 바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국우선주의는 더욱 견고해 질 것이며 특히 지지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민 공약들을 끌고 갈 것이라는 게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듀크대학교에서 있었던 각종 세미나에 참석한 석학들도 이 부분에 대한 우려를 표했으며, 위에서 언급했듯이 무엇보다 행정명령을 남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많은 다문화 인종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필자가 만났던 미국인들 가운데 아이들을 가르치는 히스패닉계 교사는 40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인종에 따른 불안을 느낀다며, 그 동안 알던 미국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무섭게 드러나고 있는 인종차별적인 갈등과 극단적인 현상들이 더 심화될지 아니면 융합될 수 있을지, 인종차별을 법으로까지 금지한 미국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우리가 더 미국에 주목해야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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