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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문화]문화예술로 젠더에 말걸기… “사소한 일은 없어요” 2017-07-11


성문화네트워크, ‘문화예술이 젠더를 말하다’ 개최
봄로야·배민경 등 페미니스트 작가 7명 참여
성평등 주제로 시각 이미지·퍼포먼스 선보여
관객 참여형 부스 마다 기다리는 긴 행렬도 

 

“성평등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와 시각을
다양하고 재밌는 작품으로 접할 수 있어“

 

 

1일 오후 대학로 대학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야외무대 일대에서 열린 ‘문화예술이 젠더를 말하다’ 전시장에서 한 시민이 유재인 작가의 퍼포먼스 작품 ‘보라색 머리띠를 두르고 음소거된 구호를 외치자’에 참여하며 보라색 리본에 적힌 페미니즘 관련 메시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사회, 정치 등 각 분야에서 페미니즘 이슈가 뜨겁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 들며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페미니즘은 아직은 낯설고 불편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페미니즘과 대중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페미니스트 작가 7명이 서울 대학로에 모였다. ‘문화예술이 젠더를 말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여성문화네트워크가 주최하고 여성신문이 주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노뉴워크, 라우독스, 여성예술인연대(AWA) 소속 작가인 봄로야, 배민경, 유재인, 윤나리, 윤선(민문), 자청, 혜원이 중심이 돼 전시를 기획했다. 작가들은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성평등에 대한 사건과 기억을 각각 시각 이미지와 퍼포먼스, 관객 참여형 작업물로 시민과 함께 했다.

 

‘양성평등주간’(71~7)을 맞은 1일 오후 대학로 대학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야외무대 일대는 페미니즘 작가들의 작품을 관람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행사를 접하고 온 대학생과 연극을 보러 왔다가 우연히 들른 커플들도 눈에 띄었다. 작가들은 저마다 준비한 작품과 퍼포먼스를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참여를 유도했다.


http://www.womennews.co.kr/images/blank.gif▲ 자청 작가의 ‘가사노동노조_#사랑이라는 노동에 반대합니다’ 작업 부스에는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자청 작가의 ‘가사노동노조_#사랑이라는 노동에 반대합니다’ 작업 부스에는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작가는 일러스트를 통해 ‘사소하고 하찮은 일’, ‘주부의 일’로 여겨지는 가사노동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소개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자청 작가는 “왜 똑같은 노동이 집밖으로 나가면 돈을 받고 집안에서 돈을 받을 수 없는지, 왜 ‘돌봄노동’은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작업을 시작했다”며 “가사노동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모아 일러스트 작업을 거쳐 아카이빙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5)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직장인 고은정(35)씨는 자청 작가의 ‘가사노동노조_#사랑이라는 노동에 반대합니다’ 작업에 참여해 가사노동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고씨는 “사실 가사나 돌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굉장히 필요했는데 반가웠다”며 “투털거림이나 개인의 일로 치부되는 가사노동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 올려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도 전시 작품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직접 참여해보기도 했다. 대학생 문수영(23)씨는 유재인 작가의 퍼포먼스 ‘보라색 머리띠를 두르고 음소거된 구호를 외치자’ 부스에 참여했다. 성평등이나 성차별 이슈와 관련한 경험이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보라색 리본에 직접 적는 참여형 전시다. 문씨는 ‘강남역 사건에서 포스트잇에 용기내어 공유했던 수많은 일상의 차별을 기억합니다’라고 적었다고 했다. 그는 “페미니즘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강남역 사건’이나 ‘섬마을 교사 사건’ 이후 여성폭력에 대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며 “잘 드러나거나 보이지 않더라도 여성들이 겪거나 겪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다시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소감을 말했다.


http://www.womennews.co.kr/images/blank.gif▲ 윤나리 작가의 설치형 전시 작품인 ‘독일어 시간’을 관람하는 여성.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행사장 곳곳에는 투명 풍선이 설치돼 시민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이 풍선은 윤나리 작가의 설치형 전시 작품인 ‘독일어 시간’이다. 결혼 3년차인 작가가 독일어를 배우면서 30대 기혼여성, 작업자로서 겪은 어려움을 시각이미지와 짧은 에세이로 표현했다. 풍선에 쓰인 작가의 사적 경험들은,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무기력함이나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삶의 태도에 공감하고 동시에 독려할 수 있는 기회로 제공된다.

배민경 작가의 ‘관람신체’ 전시 부스 앞은 종이박스 안을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려는 시민들로 긴 행렬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망원경으로는 종이박스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데 이 박스 안에는 작가가 직접 들어가 있다. 배 작가는 “소유화되는 여성 신체를 상징하는 작업물”이라며 박스 안에서 들여다보는 관람객에 반응하거나 거울을 들어 관람객 자신을 볼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윤선(민문) 작가는 ‘no one / anyone’이라는 제목을 작품으로 유리병 뒤에 가려진 자화상을 통해 젠더와 인종 등 정체성을 알 수 없게 된, 동시에 무엇으로든 읽힐 수 있는 자신을 표현했다. 정체성은 누구나 읽을 수 있지만 보여지는 것과 다를 수 있고, 결국 본인 외엔 아무도 모른다는 이중성을 나타내고자 했다. 혜원 작가는 ‘젠더가 뭐죠? 수수께기 놀이’라는 제목으로 참여형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참여자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여성과 남성의 모습과 행동을 묘사하게 하고, 작가가 그 자리에서 그림을 표현해주는 워크숍 형식이다.


▲ 한 시민이 배민경 작가의 ‘관람신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참여 작가이자 전시를 총괄 기획한 봄로야 작가는 ‘저 문장을 들은 사람들이 할 일’이라는 제목으로 테스트 드로잉 워크숍을 열었다. 예술계 내 성폭력 피해자를 지지하고, 연대자와 피해자의 목소리를 모은 책 『참고문헌 없음』 수록글 중 이성미 시인의 ‘거리’에 관한 글을 시민과 함께 읽고 이미지로 표현해보는 작업이다.

봄로야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거리’와 관련한 시를 통해 관객과 작가의 마음의 거리, 사건과 일상 사이의 거리를 담았다”며 “일러스트레이터부터 사진작가와 화가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여 여성주의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다양한 시각으로 접할 수 있길 바랬다”고 설명했다. 페미니즘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다채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을 통한 말걸기는 대중과 페미니즘과의 거리를 좁히는 과정이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여성문화네트워크 유슬기 대리는 “젠더와 페미니즘을 주제를 중심으로 작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색깔을 담은 작품들을 시민들에게 선보였다”며 “아직은 시민들에게 낯선 젠더라는 주제가 문화예술을 통해 시민들이 쉽게 보고, 듣고, 공감하면 간격을 줄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하나 기자 (lhn21@womennews.co.kr)

 

[출처: 여성신문-무단전재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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